분명 우장훈은 내가 하라는 대로 잘만 따르는 호구였는데. 어째서 이번에는 말을 듣질 않는 걸까. 우장훈의 어깨에 걸린 다리를 빼내려고 애를 쓸수록, 내 뒤틀리는 허리와 허벅지를 꾹 누르는 크고 두꺼운 손에 무지막지한 힘이 실렸다. 허벅지 안쪽 여린 살에 벌건 손자국이 남고도 남을 정도로. “야, 흐윽, 그만······!” 벌써 몇 번째 애원이었다. 그럴수록...
“다정아.” 불 꺼진 방. 어스름히 비치는 가로등 불빛. 벽시계의 초침 흐르는 소리. 그 모든 고요함 위로 그 애가 부드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 눈을 뜨고 적막 속 천장만 바라보던 나는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우장훈은 내가 깨어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니 어디 가서 무릎 꿇고, 그러고 다녔나?” “......” 아까 피해자 딸이 나한테 악쓰듯 뱉은 말...
아빠가 1심 선고를 받던 날. 죽어도 보지 않겠다는 김대원은 정말 그날 법원에 오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혼자 법정 방청석에 오도카니 앉아 아빠의 입장부터 선고문 낭독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모든 게 끝나기까지는 20여 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 가족의 세상은 뒤집혔는데 판사 앞에 선 아빠는 공장처럼 찍어 양산되는 흔한 범죄자의 하나일 뿐이었다...
고등학교 생활도 어느새 2학년까지 훌쩍 지나갔다. 12월 연말 분위기가 물씬 흐르던 열여덟의 겨울 어느 날. 독서부의 이번 토론 책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제목부터 개떡같아서 못 알아먹겠다고 욕하던 임지훈은 그렇게 비웃던 제목을 베개 삼아 엎어져 쿨쿨 잠이 들어 버리고. 잡소리 할 사람이 없어 조용하고 평화로운 독서부실 안에는 겨울 공기 특유...
하교시간 읍내행 버스는 늘 학생들로 북적였다. 다닐만한 학원이 모두 읍내에 몰려있으니까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 수업이 있는 날은 자습실에 가지 않고 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야 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버스에 오르자마자 습관적으로 뒤쪽 자리를 향해 걸어가는데 누가 팔에 걸린 보조가방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김다, 야. 여기 서봐, 빨리.” “왜 이래?...
“니네 지금 뽀뽀하냐?” 그 지랄맞은 성격에 웬일로 대수롭지 않게 던지는 김대원의 반응. 하마터면 방심할 뻔했다. 저러다가 언제 발차기든 주먹이든 우장훈에게 날아올지 몰라. 나도 모르게 우장훈보다 반 발 앞으로 나가면서 나름의 중재를 시도했다. “그게 아니고, 오빠-” “아니야? 뭐가 아니야?” “아니지 그럼. 끝까지 못 했는데요 형 때문에.” 눈치가 없노...
살면서 특별히 몰라도 될 정보들이 많은데, 서울에서만 내내 살던 유정에게는 우리나라에도 10월부터 눈이, 심지어 폭설이 올 수 있다는 게 그중 1순위가 아니었을까. “와... 눈발이 엄청나네요.” “올해는 첫눈이 유난히 빨리 왔네. 에이, 기상청 놈들은 뭐 하는 거야. 쯧.” 새벽시장에서 수산물을 잔뜩 실은 트럭은 예고 없이 내린 폭설 때문에 고속도로 진입...
책상에 앉아 굳은 얼굴로 서류를 넘기는 승효의 옆에 비서가 다가섰다. 이미 높이 쌓인 서류철 위로 또 다른 서류철을 건네는 손이 겸연쩍다. 별다른 반응 없이 무심히 팔만 뻗어 파일을 건네받은 승효. 보던 것은 덮고 방금 받은 파일부터 살펴본다. “저, 사장님.” “예.” “정말 이걸 거기에 공개해도 괜찮을까요? 괜히 지주사에 말이 들어가면...” “.......
안녕하세요. (1) 제가 뭐라고 이런 공지? 안내? 비슷한걸 쓰는지 모르겠지만 hoxy 기다리시는 분이 있으실까 하여.. 음. 요즘 손가락 관절과 손목이 너무 아파요 ㅠㅠ 그래서 글이 자꾸 늦어지고 있슴당. 😥 혐생도 컴터 두드리는 직업이라 키보드도 바꾸고 난리를 쳐봤는데 한번 무리해서 아프기 시작하니까 잘 낫지를 않네요. 그래서 제 유일한 취미이자 낙이던...
“전화해도 돼?” “아니.” 기다렸다는 듯 거절하는 유정의 야멸찬 태도가 당황스러웠다. 승효는 유정이 차에서 내리고도 계속 그 순간을 곱씹느라 그 자리를 뜨지 못하고 운전대만 꽉 붙잡고 있어야 했다. 어째서. 처음엔 그저 원망스러웠다. 저 한마디를 정제하고 다듬어서 뱉느라 얼마나 고민했는지 넌 모르지, 한유정. 네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바꿔보려고 급한...
이 좁은 면 단위 시골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또래들이랑 매일 어울렸어도 나는 친구가 없었다. 새카맣고 무식한 시골 촌놈들이랑 친해지지 마. 서울 사람 자존심 지켜. 사투리 배우지 말고. 처음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부터 웃기지도 않은 꼬마 김대원의 신신당부도 아마 조금은 영향이 있었겠지. 자라면서는 학원 다니고 과외에 숙제, 복습까지, 굳이 친구가 없어도 되...
화정로지스 본사 회의실. “어...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상반기 매출 구조를 보시면... 작년 동기 대비 하락했던 B2B의 비중이 서서히 회복 중이긴... 하지만...” “뻔히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다음 안건.” “아, 예, 예. ...다음은 신규 파트너 발굴 경쟁입찰 건에 대해-”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승효의 눈썹이 들썩였다. 한유정이 참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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